내 남자친구는 밤마다 괴담을 들려준다. 그것도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 서로의 온기만 느껴지는 그 순간에. 처음엔 그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더 깊고 매력적으로 느껴져 좋았다. 하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뿐이었다.
"오늘은 1998년 대구에서 실종된 열여덟 살 소녀 이야기를 해줄게." 그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나지막이 울렸다. 손끝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공부를 잘했어. 너무 잘해서 모두가 부러워했지. 그날 밤, 그녀는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어. 하지만 집에는 도착하지 못했어."
그의 이야기는 너무 구체적이었다. 소녀가 입었던 남색 교복의 주름 수까지, 그녀가 들고 있던 필통의 작은 흠집까지 묘사했다.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내 등 뒤로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듯했고, 귓가에서는 멀리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그런 세부 사항까지 알아?" 어느 날 밤,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마치 오래된 라디오처럼 살짝 잡음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잘 아는 이야기야."
불안함에 휩싸여 다음 날, 나는 그가 말한 1998년 대구 실종 사건을 찾아보았다. 내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떨렸다. 검색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확히 그가 말한 대로의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들려준 모든 괴담은 실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 사건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불안감에 휩싸여 그의 SNS를 뒤졌다. 계정은 1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그 이전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모두가 1년 전에 그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마치 그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어젯밤, 그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22년 서울에서 한 청년이 실종된 이야기였다. 그 청년은 대학생이었고, 컴퓨터를 전공했으며, 혼자 살았다고 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어. 마치 이 세상에서 지워진 것처럼." 그의 말에 등골이 오싹했다.
오늘 아침, 그가 화장실에 있는 동안 나는 그의 지갑을 열어보았다. 신분증 사진 속 그는 분명 내 남자친구였지만, 이름과 생년월일은 낯설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온 결과는 단 하나. 작년에 실종된 대학생에 관한 짧은 기사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방문 앞에서 들리는 부드러운 노크 소리. 그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는 아마도, 2023년 서울에서 사라진 한 여자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