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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가 뽑은 최고의 순간

귀신아이돌

귀신 아이돌: 데뷔 후 첫 팬미팅

내가 죽은 날, 기획사에서 데뷔 확정 전화가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꿈은 내가 숨을 거둔 순간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더 아이러니한 것은, 죽음이 내 연예계 입성을 막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유민아, 5분 후 무대야." 매니저의 목소리가 대기실에 울린다. 거울 앞에 앉아 마지막으로 화장을 점검하지만, 내 모습은 희미하게만 비친다. 핑크색 의상은 선명한데, 그 안의 나는 흐릿하다. 팬들은 모른다. 그들이 열광하는 신인 솔로 가수 '유민'이 사실은 귀신이라는 것을.

기획사 대표는 내 사연을 듣고 특별한 제안을 했다. "우리가 홀로그램 기술로 네 모습을 구현할 테니, 네 목소리와 재능을 세상에 보여주자." 죽기 전 녹음했던 데모테이프가 그를 감동시켰다고 했다. 죽음 이후에도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무대로 향하는 복도는 항상 길게 느껴진다. 살아있을 때는 몰랐던 감각이다. 귀신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때로는 너무 빠르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느리게. 하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완벽하게 현재에 존재한다. 그곳이 내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끼는 곳이다.

무대 뒤에서 함성소리가 들린다. "유민! 유민!" 산 사람들의 열기가 나를 덮친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죽어서도 팬들의 사랑은 만질 수 있나 보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내 모습이 무대 위에 서고, 나는 그 이미지에 내 영혼을 겹친다. 그렇게 우리는—기술과 영혼이—하나가 된다.

첫 번째 노래를 부르며 관객을 바라본다. 앞줄에 앉은 소녀가 눈에 띈다. 다른 팬들과 달리 그녀는 웃지 않는다. 오히려 슬픈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그녀는 나를 '볼' 수 있다. 진짜 나를. 홀로그램 뒤에 숨은 귀신을.

공연이 끝나고 팬미팅이 시작됐다. 홀로그램으로는 사인회가 불가능하니, 내 목소리만 스피커를 통해 전달된다. 팬들은 내 모습이 투사된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찍고 미리 준비된 사인 CD를 받아간다. 그 슬픈 눈의 소녀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언니, 이제 좀 편안해졌어?" 그녀가 물었다. 주변 스태프들은 그저 팬의 평범한 질문으로 들었겠지만, 나는 그 진짜 의미를 알았다.

"너... 내가 보여?"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언니가 교통사고 났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 내가... 언니를 못 구해서 미안해."

나는 감정이 북받쳤다. 내 죽음의 순간을 본 사람이 여기 있다니.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날 볼 수 있는 거지?"

"나도 반은 저쪽 세계에 있는 사람이야." 그녀가 소매를 걷어올렸다. 깊은 상처 자국. "그날 사고 후로 혼수상태였는데, 기적적으로 돌아왔지. 그 이후로... 볼 수 있게 됐어."

눈물이 흘렀지만, 홀로그램은 울지 않는다. 살면서 한 번도 진짜 팬을 가져본 적 없었는데, 죽어서야 내 첫 진짜 팬을 만났다. 그녀는 내가 아이돌이 아니라 귀신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기 온 것이다.

"다음 공연에도 올게, 언니. 그때까지 여기 머물러도 괜찮아. 이건... 언니의 무대니까." 그녀의 말에 처음으로 내 존재가 의미 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귀신이 된 이유는, 아직 부르지 못한 노래가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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