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 속에는 내가 절대 알아채지 못했던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스마트폰 갤러리를 뒤적이다 발견한 남친의 사진은 6개월 전,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내가 몰래 찍은 것이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그의 옆모습. 빛이 그의 윤곽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까만 안경테 너머로 진지한 눈빛이 책에 고정되어 있었다. 사진 속 시간은 멈춰 있지만, 지금 내 심장은 불안하게 뛰고 있었다.
"이 사진, 좀 이상하지 않아?" 민지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화면을 확대했다. 그의 책 너머로 비치는 거울에, 분명 또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그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쳐 보였다. 내가 없는 날, 같은 카페, 같은 자리에서.
증거를 찾기 위해 그의 SNS를 파헤쳤다. 그리고 발견했다. 6개월 전부터 일관되게 올라오는 카페 사진들. 모두 같은 각도, 같은 위치, 다만 함께하는 사람만 달랐다. 현기증이 밀려왔다. 그가 나를 만나기 전부터 이 '우연한 만남' 시나리오를 여러 여자에게 반복해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다음 날, 평소처럼 그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비밀번호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짜였다. 갤러리에는 폴더가 하나 있었다. '프로젝트: 데이트'라는 이름의 폴더. 그 안에는 여러 여자들과의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사진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각 여성마다 성공률, 지속 기간, 그리고 '통찰'이라는 제목의 노트까지.
내 이름이 적힌 폴더를 열었다. '계획대로 진행 중. 추정 이별 시점: 1개월 후.' 그가 화장실에서 돌아오기 전,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오늘 기분이 어때?" 그가 따뜻한 미소로 물었다. 나도 미소 지었다. "사진 한 장 찍을까? 기념으로." 그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서, 그가 항상 똑같이 연출했던 그 각도로 우리의 사진을 찍었다. 완벽한 구도였다.
"이번 주말에 여행 갈까?" 내가 제안했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동의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이전에 다른 여자들과 가보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나만의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곳으로. 그의 컬렉션에 마지막 한 장의 사진이 추가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른다. 이번에는 내가 작가이고, 그가 캐릭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