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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연애

남친과의 연애: 파도가 지나간 자리

소현은 한 번도 자신의 남친이 바다였던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늘 육지였다. 단단하고, 변함없고, 때로는 너무 지루할 정도로 안정적인 육지. 오늘도 카페 테이블 너머로 민준은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좀 쉬어볼까?" 창밖으로 지나가는 버스가 물보라를 일으켰다. 그날 따라 비가 유독 거세게 내렸다.

"쉰다고?" 소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커피 잔을 감싸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6년간의 연애가 '쉼'이라는 네 글자로 정리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민준의 얼굴에는 후회도, 슬픔도 없었다. 그저 오래된 책을 덮는 듯한 평온함만이 있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 소현이 물었다. 카페의 재즈 음악이 갑자기 너무 크게 들려왔다. 민준은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대답했다. "한동안..." 그 말은 소현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한동안'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구나," 소현은 생각보다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신의 침착함이 놀라웠다. 내면에서는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기 위해 애썼다. 민준은 항상 그녀의 '과한 감정'을 불편해했다. 이별의 순간에도 그에게 맞춰주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카페를 나서는 순간, 비는 그쳤다. 소현은 우산을 접으며 깨달았다. 민준은 결코 바다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파도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와의 연애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현은 오래된 사진첩을 휴대폰에서 열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사진들. 민준은 변한 게 없었다. 하지만 사진 속 자신은 지금과 달랐다. 눈이 더 반짝였고, 웃음은 더 자유로웠다. 그녀는 멈춰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다음 날 아침, 소현은 일찍 일어나 바다로 향했다. 혼자서 온 여행은 처음이었다. 모래사장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며 그녀는 문득 남친과의 연애가 무엇이었는지 이해했다. 그것은 바다와 육지의 만남이었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와도 육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소현은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쉬는 게 아니라, 끝내자." 바다에 발을 담그며 그녀는 오랜만에 자유롭게 웃었다. 파도는 밀려왔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후에도, 바다는 여전히 바다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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