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의 유품 중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녹지 않는 초콜릿이었다. 그가 사고로 떠난 지 정확히 3개월째 되는 날, 나는 용기를 내어 그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장 맨 뒤편에 숨겨진 작은 금고를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비밀번호를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우리가 처음 만난 날짜를 입력했을 때, 금고는 가볍게 열렸다.
그 안에는 단 하나의 물건만 있었다. 고급스러운 벨기에 초콜릿 상자. 상자를 열자마자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완벽하게 보존된 초콜릿 12개가 보였다. 처음엔 모조품이라 생각했다. 어떤 초콜릿이 석 달이나 녹지 않고 있을까? 하지만 냄새는 분명히 진짜였다.
상자 아래에는 작은 메모가 있었다. "매월 1일에 하나씩. 마지막 날까지 기다려줘." 그의 필체였다. 혼란스러웠지만, 그 메시지에 따르기로 했다. 매월 1일, 나는 초콜릿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놀랍게도 모든 초콜릿은 당시의 내 감정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맛을 냈다. 첫 번째는 짠맛이 강했다. 내 눈물처럼. 두 번째는 쓰고 무거웠다. 내 우울함처럼. 세 번째는 약간의 달콤함이 느껴졌다. 서서히 회복되는 내 마음처럼.
여섯 번째 초콜릿을 먹는 날, 나는 이미 그것이 어떤 맛일지 알고 있었다. 그날은 그가 내게 청혼했던 날의 일주년이었다. 예상대로 초콜릿은 샴페인과 베리의 향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열한 번째 초콜릿을 먹은 다음 날, 나는 그의 오래된 노트북을 정리하다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이 희귀한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의사는 최대 1년을 선고했고, 그는 그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특별한 초콜릿을 주문했다. 그가 미리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내게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던 거야.
마지막 열두 번째 초콜릿을 먹는 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그런데 초콜릿 대신 작은 USB가 있었다. 컴퓨터에 연결하자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랑하는 당신, 이제 모든 초콜릿을 다 먹었군요. 마지막 초콜릿은 당신의 미래예요. 그 맛은 당신이 만들어가야 해요. 내가 없는 당신의 새로운 삶에서."
다음 날 아침, 나는 오랜만에 베이커리에 들렀다.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했다. 첫 입을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진 맛은 슬픔도, 그리움도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달콤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