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소설: 그녀가 쓰지 않은 이야기

아내의 노트북에서 내 이름이 등장하는 소설을 발견한 것은 그녀의 장례식 다음 날이었다. 파일명은 단순했다. "마지막 작품.docx". 열기 전부터 나는 이것이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물다섯 페이지짜리 문서는 한 남자가 15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아내를 서서히 질식시키는 이야기였다. 글자 하나하나가 화면에서 나를 쏘아보는 듯했다. "그는 내 꿈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소설 속 아내는 쓰고 있었다. "그의 작은 비웃음,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 '현실적으로 생각해'라는 말들이 나를 조금씩 죽여갔다."

창밖으로 가을비가 창문을 두드렸다. 우리 침실에 남아있는 그녀의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소설 속 남편은 아내가 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직업을 갖도록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영혼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손이 떨렸다. 나는 정확히 그런 말들을 했었다. "소설가? 그게 어떻게 가족을 부양해?" 우리의 첫 아파트 계약서에 사인할 때, 그녀가 문예창작 대학원 지원서를 숨기듯 책상 서랍에 넣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리고 결혼 10주년, 그녀가 몰래 쓰던 단편집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내가 지었던 미소가. "귀여운 취미네."

소설은 아내가 비밀리에 완성한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는 장면으로 끝났다. 소설 속 남편은 그녀의 성공을 축하하는 척하지만, 내심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찔렀다. "그는 내 글이 출간되는 것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결정했다. 이것이 내 마지막 작품이 될 것임을."

노트북을 덮고 서랍을 뒤졌다. 그곳에는 출판사 계약서가 있었다. 발신 날짜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이었다. 편지에는 간단한 메모가 있었다. "당신의 소설 '마지막 작품'을 출간하게 되어 기쁩니다."

창가에 서서 바라본 우리 집 정원은 그녀가 심은 장미들로 가득했다. 붉은 장미들이 비를 맞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소설은 픽션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이 픽션이었다면, 우리의 15년 결혼 생활은 무엇이었을까? 노트북을 다시 열고 내 자신이 읽어나간 글자들은 이제 소설이 아니라 고백으로 보였다. 아내가 살아생전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진실의 고백.

그날 밤, 나는 그녀의 책상에 앉아 처음으로 글을 썼다. 제목은 "아내에게". 내가 쓴 첫 문장은 그녀가 결코 듣지 못할 말이었다. "당신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제 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