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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여행

아내의 마지막 여행

그녀가 나를 떠나기로 결심한 날, 하늘은 유독 파랗게 빛났다. 스물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어느 화요일 아침, 아내는 조용히 말했다. "나, 혼자 여행 다녀올 거야." 커피 잔을 든 내 손이 살짝 떨렸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디로?" 아내는 창밖을 바라본 채 미소지었다. "아직 정하지 않았어. 그게 중요할까?"

삼십 년 가까이 함께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녀의 눈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빛을 발견했다. 젊었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 담겨있던 그 모험심과 호기심이 다시 깨어난 것 같았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아내는 세계 일주를 꿈꾸는 여행작가 지망생이었다. 그 꿈은 언제부턴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이제야 다시 꺼내든 것처럼 보였다.

아내가 여행 가방을 꾸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묻지 않았다. 왜 지금인지, 얼마나 떠나 있을 건지. 대신 그녀가 좋아하는 여행용 소형 카메라를 선물했다. 그녀는 놀란 듯 나를 바라봤고, 나는 미소로 대답했다. "사진 많이 찍어." 마치 우리 사이에 쌓인 침묵과 거리감이 마법처럼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공항에서 그녀를 배웅하던 날, 나는 그녀의 여권에 슬쩍 쪽지를 넣어두었다. '나도 어쩌면 나만의 여행이 필요할지도 몰라.' 아내는 출국장으로 향하며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첫 엽서가 도착한 건 그녀가 떠난 지 일주일 후였다. 발리에서 보낸 그것은 그녀의 글씨체가 아니었다. 대신 낯선 손글씨로 적힌 메시지가 있었다. "당신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녀가 말했어요, 자신이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그녀를 질식시켰는지를."

그 후로 세계 각지에서 엽서들이 도착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의 손글씨였다. 아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낯선 이들에게 들려주고, 그들에게 나에게 엽서를 보내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그 엽서들을 통해 나는 그녀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아내의 내면을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엽서는 우리 집 근처 카페에서 보낸 것이었다. "이제 돌아갈 준비가 됐어요. 하지만 예전의 나로는 아니에요." 현관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은 짧게 잘렸고,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 있었다. 그러나 가장 달라진 것은 그녀의 눈빛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나의 아내를 다시 찾았다.

"나도 여행을 다녀왔어," 내가 말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어디로?" 나는 미소지었다. "여기. 당신이 없는, 하지만 당신으로 가득 찬 이 집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이제야 진정한 동행자가 될 준비가 되었음을 알았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하지만 항상 서로를 향해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여행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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