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호텔을 지었다. 처음엔 그저 그녀의 취미로 알았다. 건축학을 전공한 그녀가 종이에 호텔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난 미소 지으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하지만 설계도가 모형으로, 모형이 실제 공사 계획으로 바뀌었을 때 불안감이 엄습했다. 우리 결혼 자금의 대부분을 쏟아부어 아내는 도시 외곽에 '스물여덟 번째 방'이라는 이름의 작은 호텔을 완성했다.
"왜 하필 스물여덟 번째야?" 개업식 날 물었다.
"비밀이야." 아내는 늘 그렇듯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지었다.
호텔은 28개의 객실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방 번호는 1번부터 27번까지만 있었다. 28번 방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손님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손님들에게 그저 "디자인 컨셉"이라고 웃어넘겼다.
개업 후 석 달째, 호텔은 입소문을 타고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나는 본업을 유지하며 주말마다 아내를 돕곤 했다. 그녀가 점점 야위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지만, 사업 초기의 스트레스 탓으로 여겼다.
그날 밤,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늦게 호텔에 도착했을 때, 로비는 텅 비어 있었다. 프런트 데스크에도, 바에도, 아내의 사무실에도 그녀는 없었다. 불안감에 모든 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1번부터 27번까지, 빈 방도, 투숙객이 있는 방도 문을 두드려 확인했지만 아내는 어디에도 없었다.
호텔 설계도를 찾아보니, 내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복도 끝에 작은 문이 표시되어 있었다. 비상계단 옆 창고처럼 보이는 공간이었다. 비밀번호가 걸린 문 앞에 섰을 때, 무의식적으로 '28'을 눌렀다. 문이 열렸다.
그 안은 호텔 객실이 아니었다. 병실 같은 공간이었다. 중앙에는 의료 장비들에 둘러싸인 침대가 있었고, 벽에는 아내와 내가 함께한 순간들의 사진이 빼곡했다. 침대 옆 탁자 위에는 일기장이 놓여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이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지 오늘로 28개월째. 의사들은 희망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었어. 당신이 깨어날 날을 기다리며 당신의 꿈이었던 호텔을 지었어. 각 방은 우리가 함께한 추억들로 채웠지. 그리고 이곳, 스물여덟 번째 방은 당신을 위한 공간이야. 언젠가 당신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건 내 상상 속에서 당신이 깨어났다는 의미일 거야."
고개를 들어 침대를 바라보았다. 텅 빈 침대.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수척하고 창백한 아내의 얼굴이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아내의 간절한 상상 속에서만 살아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