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버튼을 누르자 카메라 렌즈 옆 작은 불빛이 깜빡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내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밝게 울렸지만, 오직 나만이 그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100만 구독자를 향한 나의 마지막 영상이었다.
"오늘은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내 뒤로 보이는 방은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화려한 조명, 값비싼 마이크, 최신형 카메라.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지만, 아무것도 진짜가 아니었다.
5년 전, 나는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첫 영상을 올렸을 때만 해도 10명의 조회수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영상이 하나둘 쌓이고, 구독자가 늘어가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유튜버라는 직업은 내게 자유와 부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들었다.
"여러분이 보는 이 모습은 제가 아닙니다." 처음으로 대본 없이 말하자 목이 메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메이크업을 하고,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무도 모릅니다."
화면에 보이는 내 얼굴은 미소 짓고 있었지만, 모니터 속에 비친 내 눈은 텅 비어 있었다. 구독자들은 내 영상을 보며 웃고, 댓글을 달고, 때로는 나를 그들의 친구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진짜 나가 아닌,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였다.
"댓글 하나하나가 칼이 되어 마음을 찔러왔습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더 재미있게, 더 완벽하게, 더 많이.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려 몸부림치는 동안 진짜 내 모습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은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며 내 얼굴을 물들였다. 유튜버로서 성공했지만, 인간으로서 나는 실패했다. 매일 수천 명과 소통하지만, 정작 나 자신과는 대화할 수 없었다.
"오늘부로 이 채널은 중단됩니다." 내 말에 벌써 댓글이 달릴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놀람, 분노, 실망... 하지만 처음으로 진실된 나를 보여주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고백할게요." 이제 눈물이 흘러내렸다. "완벽해 보이는 이 모든 영상 뒤에는, 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카메라 렌즈가 내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는 동안, 처음으로 진짜 미소를 지었다. 레드 버튼을 다시 누르자 불빛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영상의 바다에 떠다니던 내 영혼이 마침내 해안에 닿은 듯한 평온함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