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여사친: 맛있는 오해

그녀가 집으로 초대했을 때, 나는 요리가 사랑의 언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내가 특별한 저녁을 준비할게," 민지의 문자에 어깨를 으쓱했다. 여자 사람 친구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민지의 아파트에 들어서자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질과 마늘 향이 나를 감쌌다. 주방에서는 올리브 오일이 팬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칼이 도마에 경쾌하게 부딪치는 리듬이 들렸다. 민지는 앞치마를 두른 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부엌 조명 아래 그녀의 실루엣이 부드럽게 춤추는 듯했다.

"맛 좀 볼래?" 그녀가 나무 숟가락을 내밀었다. 소스를 맛보는 순간, 예상치 못한 맛의 폭발이 내 미각을 강타했다. 단순한 토마토 소스가 아니었다. 복잡하고 풍부한 층위의 맛이 혀에 퍼졌다.

"이게 뭐야? 어떻게 이런 맛을..." 말을 잇지 못하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그녀가 웃었다.

"비밀이야. 어머니에게서 배운 레시피지." 민지는 와인을 따르며 윙크했다. "여사친의 특권이야. 친구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비법이라고."

저녁 내내 그녀는 요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할머니가 가르쳐준 김치 담그는 방법, 이탈리아 여행에서 배운 파스타 반죽의 비밀, 실패한 첫 번째 생일 케이크의 참사까지. 모든 이야기마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민지에게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디저트로 나온 티라미수를 먹으며, 나는 그동안 '여사친'이라는 단어에 가두어 두었던 감정이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우정과 사랑 사이 어딘가에 있는 감정이었다.

"정말 맛있었어. 근데 이렇게 특별한 저녁은... 무슨 일 있어?" 용기를 내어 물었다.

민지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차분하게 말했다. "이 레시피들은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거야. 6개월 전부터 계획했어. 네가 알아차리길 바랐는데..."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 모든 커피 약속들, 영화 관람, 미술관 데이트처럼 보였던 만남들. 민지의 요리는 그녀가 말하지 않았던 감정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부턴가 '여사친'이라는 단어 뒤에 진짜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와인잔을 들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때로는 가장 복잡한 감정이 가장 단순한 맛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했다. 사랑의 레시피에는 정확한 계량법이 없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