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드라마: 우리가 쓰지 못한 마지막 장면

그녀의 립스틱은 내 입술에 닿지 않고 뺨에 살짝 닿았다. 인생에서 가장 완벽한 이별 장면이었다. 마치 잘 쓰인 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처럼.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은 우울한 주인공 그 자체였다. 카페의 따뜻한 조명이 내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더 깊게 만들었다. 커피 향이 공기 중에 묵직하게 떠다녔지만, 그 쓴맛은 내 입안에서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그녀가 자리를 떠난 지 30분. 테이블 위에는 반쯤 마신 아메리카노와 접힌 채 놓인 대본이 남아있었다.

"이 장면은 너무 진부해. 진짜 이별은 이렇게 깔끔하지 않아."

드라마 작가인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3년 동안 함께했던 그녀는 내가 쓴 이별 장면을 비평하고 떠났다. 아이러니했다. 내가 쓴 드라마의 이별 장면을 통해 우리의 실제 이별이 시작되었으니.

손가락으로 대본을 넘기자 빨간 펜으로 가득 채워진 수정 사항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항상 내 대본의 첫 번째 독자였다. "여기, 주인공이 '사랑했어'라고 말하는 건 너무 뻔해. 진짜 헤어지는 사람들은 그런 말 안 해. 차라리 침묵이 더 아프지."

갑자기 내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그녀의 메시지였다.

"오늘 찍은 마지막 장면, 감독님이 통과시켰대. 축하해."

메시지에는 감정이 없었다. 그저 동료 작가로서의 알림. 그녀는 이미 우리의 관계를 전문적인 것으로 재정의했고, 나는 아직 그 대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완벽한 이별 장면을 위한 자연의 세팅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내가 늘 쓰던 그 클리셰 그대로였으니까. 그녀가 옳았다. 내 드라마는 진부했고, 우리의 이별도 결국 진부한 패턴을 따르고 있었다.

대본을 집어 들고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녀가 빨간 펜으로 대체 작성한 이별 대사가 눈에 들어왔다.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도 끝이 필요해. 모든 드라마가 해피엔딩일 수는 없으니까."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마지막 장면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대본대로 연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진짜 인생에는 다시 쓸 수 있는 장면이 있다. 홀로 남겨진 카페에서, 나는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기로 했다. 모든 드라마가 끝나도, 실제 삶은 계속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