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이 그 책을 구매한 날, 공기 중에는 이상한 정전기가 감돌았다. 중고 서점 구석에 놓인 '성공을 위한 그림자의 의식'이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는 다른 책들과 달리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고, 등 부분에서 미세한 맥박이 뛰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 책은 특별한 분에게만 보입니다." 노인 점원이 갑자기 나타나 속삭였다. "당신이 이 책을 본 것은 우연이 아니죠. 책이 당신을 선택한 겁니다."
스티븐은 비웃으려다 그만두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5년째 승진은커녕 인사고과에서 중간을 맴도는 그에게 약간의 '특별함'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집에 돌아와 책을 펼치자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처럼 시작되었다. 목표 설정, 시간 관리, 인맥 구축. 그러나 7장부터는 달라졌다. '성공의 소원을 이루는 달빛 의식', '경쟁자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암시법', '승진을 부르는 오피스 배치 마법'.
absurd적인 내용에 웃으려다가, 하루 해보자는 호기심에 간단한 의식을 시도했다. 필요한 건 자신의 손가락에서 뽑은 머리카락 세 가닥과 회사 사진, 그리고 저녁 9시 정각에 읊는 의미 모를 주문뿐이었다.
다음 날, 팀장이 갑자기 그에게 중요 프로젝트를 맡겼다.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의식들도 하나씩 시도해보니 기이하게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특별 승진, 두 달 만에 연봉 30% 인상. 그의 자기계발 일지는 점점 더 이상한 의식들로 채워졌고, 그것들이 모두 효과가 있었다.
"스티븐, 요즘 너무 달라졌어." 여자친구 에밀리가 말했다. "네 눈에서 뭔가... 다른 게 보여."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자신의 성공 앞에 사소한 변화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그는 의식의 난이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경쟁자의 사진에 특별한 잉크로 십자가를 그리고, 자신의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의식까지.
어느 날 밤, 거울을 보던 그는 흠칫 놀랐다. 자신의 그림자가 살짝 늦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거울 속 자신의 눈동자는 이제 검은색이 아닌 희미한 적색으로 빛났다. 책의 마지막 장을 펼쳤을 때, 그는 이제야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의식들의 대가는 당신의 영혼이며, 당신이 성취한 모든 것은 당신의 그림자가 대신 지불합니다.'
에밀리와의 이별, 가족들과의 소원해진 관계,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 그가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책을 불태우려 했지만 불꽃은 그의 손만 태울 뿐이었다. 서점으로 돌아갔지만 그 자리엔 오래된 세탁소만 있었다.
오늘, 스티븐은 CEO가 되었다. 회사 전체가 그의 발 아래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자는 이제 그와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닥에 드리워졌고, 밤이면 그 그림자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성공 비결을 묻는 후배에게, 그는 새 책 한 권을 건넸다. '성공을 위한 그림자의 의식' - 이제 그의 이름으로 출간된 자기계발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