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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가 뽑은 최고의 순간

재밌는유튜버

재밌는 유튜버의 이면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찾아온 신나는 하루! 준비됐나요? 3, 2, 1, 고!" 내 목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유쾌하게 튀어나갔지만, 녹화 버튼을 끄는 순간 방 안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 찼다.

천만 구독자를 거느린 '재밌는 형'으로 알려진 나는 조회수 폭탄을 터뜨리는 유튜버였다. 화면 속 나는 항상 웃음이 넘치고, 에너지가 폭발하는 캐릭터였다. 사람들은 내 영상을 보며 잠시나마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댓글을 남겼다. "형 덕분에 우울증이 나았어요", "학교 폭력 당할 때 형 영상 보면서 버텼어요" 같은 메시지들이 매일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내 얼굴은 웃음기가 싹 가신 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방 안에는 유튜브 영상 촬영을 위한 최첨단 장비들이 가득했다. 조명이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열기가 아직 남아있는 공간에서, 나는 혼자였다. 손가락 끝으로 마우스를 클릭하자, 방금 찍은 영상의 미리보기가 화면에 떴다.

그 속의 나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완벽하게 행복해 보였다.

"역대급 몰카 도전! 친구 폰 부수기 프랭크!"라는 제목의 새 영상. 분명 조회수는 미친 듯이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촬영이 끝난 후, 화면 밖에서 친구는 진짜로 화를 냈고, 우리는 사흘째 연락이 끊겼다. 영상에는 물론 그 부분은 편집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금주의 콘텐츠 계획표가 놓여 있었다. '극한 도전', '역대급 리액션', '충격적인', '믿을 수 없는'... 끝없이 자극적인 키워드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제는 그저 숫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저 불빛 속에는 내 영상을 보며 웃고 있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느끼는 공허함을 알지 못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나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다는 것.

휴대폰이 진동했다. 매니저의 메시지였다. "내일 라이브 스트리밍 준비해야 해요. 스폰서십 계약도 들어왔고요. 올해 목표 수익 달성 가능할 것 같아요!"

피로한 손가락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다른 창을 열었다. 내 채널의 첫 영상이었다. 5년 전,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던 소박한 채널. 그 영상 속 나는 지금보다 장비도, 기술도 부족했지만, 눈빛만은 지금보다 훨씬 더 생기 있게 빛나고 있었다.

마우스 커서가 '채널 삭제' 버튼 위에서 머뭇거렸다. 내일도 나는 카메라 앞에서 "안녕하세요, 여러분!" 하고 환하게 웃을 것이다. 그리고 천만 명의 시청자들은, 그 웃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절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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