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에 걸린 시계가 3시를 가리켰을 때, 나는 아내가 되기로 했다. 학교가 텅 빈 오후,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분필 가루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나는 그곳에서 20년 동안 수학을 가르쳤고,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는 당신의 집이나 다름없잖아요, 윤 선생님." 그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분필 가루 묻은 내 손가락이 부끄러워졌다. "당신은 이미 이 학교의 아내나 다름없어요."
결혼 후, 나는 학교와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썼다. 아침에는 선생님으로, 저녁에는 아내로 살았다. 하지만 점차 두 세계는 겹쳐졌다. 교무실에서는 '교장 사모님'이 되었고, 집에서는 성적표를 검토하는 교감이 되었다. 우리의 대화는 학생들과 교육 방침으로 가득 찼다. 우리 집 거실은 작은 교무실이 되어갔다.
창가에 앉아 시험지를 채점하던 어느 밤, 그가 물었다. "당신은 행복해요?" 나는 답하지 못했다. 행복의 방정식을 풀 수 없었다. 내가 아내인지, 교사인지, 아니면 단지 학교의 부속품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교실에 홀로 남아 칠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 인생의 방정식이 칠판 가득 적힌 듯했다. 학교와 아내라는 두 변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없었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은 희미했다. 마치 학교가 나를 삼켜버린 것 같았다.
다음 날,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질문했다. "선생님, 왜 교장 선생님과 결혼하셨어요?"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든 학생들의 눈이 나를 향했다. 나는 분필을 내려놓았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정직했다.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안전한 곳을 찾고 싶었던 것 같아."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학교의 아내가 되어, 내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그날 저녁, 그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아내이기 전에, 한 사람이에요. 학교의 부속품이 아니라."
그의 눈에서 놀라움을 보았다. 아마도 처음으로 그는 진짜 나를 보게 된 것 같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대화했다. 다음 날,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새로운 학교에서 가르치기로 했다. 우리의 집은 다시 집이 되었고, 우리의 대화는 다시 우리의 것이 되었다.
때때로 밤에 꿈을 꾼다. 텅 빈 교실에서 홀로 서 있는 꿈. 벽에 걸린 시계는 여전히 3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내가 아내가 아닌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순간을.